토요일에는 오션파크를 갔다왔다. 나는 뭘 하는 곳인지 몰랐다. 할로윈 파티를 한다기에 아 그래 9월 말이면 할로윈이지 하는 생각으로, 인터넷에 할인가도 있다기에 아 그래 300달러 정도면 괜찮은 거겠지 하는 마음으로 표를 사서 가게 된 것이다. 근데 왜 할로윈은 10월 말인데도 9월 말부터 할로윈이라고 홍보를 해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고 뭔놈의 놀이동산 입장료가 5만원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원래부터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었다면 영영 오션파크는 구경도 못했을테다.


 하 근데 할로윈 파티랍시고 해놓은 것들이 너무 무서웠다. 처음에 뭣도 모르고 들어간 곳이 하필이면 귀신의집이었다. 영어로는 Hunter House라고 하는데 이게 귀신의 집인지 아니면 놀이기구같은 건지 알길이 없었다. 나는 대낮부터, 또 이렇게 입구부터 있는 것이 귀신의 집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서 엉겁결에 들어갔다가 혼쭐이 났다. 사실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근데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안보인다. 요만한 빛조차도 없어서 아무리 암적응을 하겠다고 한쪽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뭘 해도 아무 것도 안보인다. 어둠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나를 옥죄어 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후다닥 달려나왔다.


 오션파크는 정말 넓었다. 세 네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다른 구역으로 가려면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렇게 넓어서 그런지 줄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보통 낮에 놀이기구를 타고 밤에 귀신의 집을 가는 경향이 있어서 낮에 귀신의 집을 가고 밤에 놀이기구를 타게 되면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그래도 그렇지 하루종일 놀이기구를 얼마나 많이 탔는가 밤이 되자 몸이 너무 뻐근했다. 소리를 또 원체 많이 질러서 목도 아팠다. 옛날에는 놀이기구에서도 그냥 무덤덤하게 있는 것이 재밌었는데 요즘에는 있는대로 소리질러 가면서 타는 것이 더 재밌는 것 같다. 


 모든 놀이공원이 그렇겠지만 물가가 원체 비싸서 아무것도 사 먹지 못했다. 오기 전에 점심을 바깥 맥도날드에서 먹으면서 1500원짜리 햄버거를 두개 사서 친구와 나누어먹었는데 조금이나마 요기가 되었다. 그래도 저녁을 먹을 생각을 꿈에도 못하고 9시까지 공복으로 놀 수 밖에 없었다. 올해의 오션파크는 쏘우를 컨셉으로 지어져서 귀신의 집 중에는 쏘우에서 나오는 고문 기구들을 형상화 해 놓은 곳이 있었는데 그곳을 차마 들어가질 못했다. 심지어 올해 한 명이 심장마비로 죽었다고도 한다. 그냥 그런 곳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남겨두기로 했다. 어쨌든 쏘우를 형상화하는 음식들도 많았다. 상징적인 제품인 오디오 테이프를 빵과 화이트 초콜렛으로 구워서 내놓은 음식도 있었고 주사기에 소스를 담아서 고기에 꽂아놓은 음식도 있었다. 물론 그런게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남겨두기로 했다.


 저녁 7~8시 정도부터는 사람들이 워낙에 놀이기구를 타지 않아서 대부분 마감을 한다. 놀이기구는 많이 탔고, 귀신의집은 가기 싫고 해서 아쿠아리움과 분수쇼가 있는 중앙 구역으로 내려왔는데 이곳은 또 놀이기구들이 가진 매력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정말 이쁜 물고기들이 많이 있었다. 분수쇼도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중간중간에 화염방사기가 작동할 때마다 몇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열기가 느껴졌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핵폭탄이 떨어지면 정말 증발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었다.


 모든 것을 둘러본 후에야 아차 싶어서 팬더 마을로 갔다. 아쉽게도 팬더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ㅜㅜㅠㅜ엉엉 랫서팬더도 있었는데 보지 못했다. 다만 CCTV로 팬더가 자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꼭 술취한 아저씨처럼 자고 있었다. 팬더구경까지 마치고서야 놀이공원에서 나와 몽콕으로 향하여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추석이지만 쉬지 않는다. 홍콩은 특이하게도 공휴일 다음날을 자꾸 쉬려고 한다. 오늘이 본 추석날이지만서도 내일을 휴일로 정한 것은 분명히 변태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일 게다. 그래도 다행히 추석 저녁은 또 중히 여기는지, 오후 6시 이후에 있는 수업은 휴강이 되었다. Mid-autumn festival을 하는 코즈웨이베이로 구경을 가기로 했다.


 코즈웨이베이에서는 홍콩의 중추절마다 특이한 행사를 한다고 했다. 긴 행렬이 호랑이 탈을 쓰고 춤을 추는 그런 행사라고 하는데 약간 뮬란에서 봤던 호랑이 탈 행렬을 떠올리게 한다. 오후 여덟시 반부터 열 시까지 진행이 된다고 했지만 어디서 하는지 알길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빅토리아 파크에서 열리는 연등 축제를 구경가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청계천에 연등을 설치해 놓고 축제를 하듯이 여기서도 넓은 빅토리아 파크를 연등으로 가득채웠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버스가 막힐 것을 대비하여 조금은 이른 시각인 일곱시 십분에 버스를 타러 나갔지만 의외로 전혀 막히지 않고 십 분 만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한국만큼 이쁘지가 않았다. 웬 희한한 동물 모양 연등을 자꾸 설치해 놓은 품이 옷에 그려져 있는 이모티콘을 연상시켰다. 동물 모형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연등으로 만들었을 때, 모서리마다 각이지고 여기저기 누덕누덕 기운 듯한 인상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몇 년 째 연등 축제를 진행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공연도 여러개 진행되고 있었는데 오케스트라 공연도 있었다. 웅장한 모습을 기대하며 여덟시가 되기를 기다렸고 드디어 오케스트라가 시작되는갑다 하는데 웬 진행요원들만 자꾸 무대로 들어왔다. 단체 티셔츠에 청바지 따위를 입은 사람들이 악기를 들고 들어오길래 아 비가 와서 악기 세팅을 지금 하는갑다 하는데 그 길로 자리에 앉아 음악 연주를 시작했다. 오케스트라가 서양식이 아니라 그냥 순 홍콩 전통 악기들로만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익숙지 않은 나로서는 홍콩 음악이 지루하기 짝이 없어 그냥 자리를 빠져나왔다.


 다리는 아프고, 갈 곳은 마땅치 않고, 의욕을 떨어지는 찰나에 그냥 높은 곳에 올라가서 호랑이 행렬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래서 옛날에 갔던, 서점이 있는 높은 빌딩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중간에 애플 스토어가 있어 구경을 잠깐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못 나올 줄은 모르는 채로....


 홍콩의 애플스토어에는 드디어 아이폰8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난번에 센트럴에 있는 홍콩 최대의 스토어에 갔을 때는 11월이 되어야 들어온다고 그랬는데 그것은 아이폰X에 대한 이야기였고 아이폰8은 먼저 들어오게 된 모양이었다. 말로만 듣던 유리 외관도 이쁘게 잘 마감되어 있었다. 아무리 욕을 한다지만 그래도 아이폰은 아이폰인 모양이었다. 누가 유리로 휴대폰을 마감할 생각을 할까? 그러던 찰나에 함께 있던 룸메이트가 자기 휴대폰도 유리로 마감이 되어있는데 무겁고 잘 깨진다며 단점을 이야기해줬다. 응...? 아이폰이 처음이 아니야...? 하는 의문을 가지고 설마 뭐가 다르겠지 하며 룸메이트의 갤럭시 A7을 확인해 보았다. 똑같았다. 그 순간 아이폰 8은 1년만에 내놓는다는게 고작 아이폰6부터 2년동안 하나도 바뀌지 않는 디자인 그대로 차용한 것 뿐인 속터지는 휴대폰이 되었다.


 아이폰들의 배경화면에는 아이폰 시리즈 넘버가 붙어있는데 아이폰8은 그것이 없었다면 당최 이것이 7인지 6인지 구분을 못할 것이다. 아 그래, 뒷면이 다르다. 뒤집어봐야 아는 존재이다. 직원들이 굉장히 친절하여 구경을 하고 있으면 친근하게 와서 'Hi!' 혹은 'Have a nice evening!'이라며 인사를 해주는데 마침 다가온 직원에게 혹시 아이폰7이랑 아이폰8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Of course, when you look at the back....'하는 찰나에 기능적인 차이점은 없냐고 다급하게 물어보았다. 그래 임마 유리 마감 알겠다. 그랬더니 AR기능으로 설명해주었다. 앱을 통해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그래도 이건 신기했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증강현실이 구현되고 있었다. 그래서 아 이게 아이폰7에서는 지원이 안되나요 했더니 물론 된단다. 근데 아이폰8이 훨씬 빠르다고 한다.


 또 뭘 주섬주섬 준비하더니 이번에는 나를 카메라로 찍으며 인물사진 모드를 보여주었다. 아 광고로만 봤던 그거구나, 심드렁하게 있는 찰나에 순식간에 인물만 가려내서는 배경을 지우기도 하고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 효과를 주기도 하였다. 오오 이거는 대단한 능력이군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인물사진모드와 AR을 합해서 얼굴만 따와서 AR로 합성을 하는 기술을 보여주었지만 이제 뭐 그러려니 했다. 아무리 기능이 좋아져도 좀 디자인을 바꿨으면 좋겠다. 아이폰6는 매력적인 디자인이었는데 이제는 진부한 디자인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성능만 계속 좋아질거면 그냥 아이폰6s 가 그러했듯이 아이폰6ss나 아이폰7s를 내놓을 것이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설명해주는 직원분도 아이폰8을 쓰고 있기에 이거는 회사에서 지급이 되는 건가요 물어보았는데 샀다고 한다. 원해서 샀을까 아니면 설명을 해줘야하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샀을까. 아무리 DC가 많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친구는 아이폰7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 직원혜택으로 70만원에 구매를 한 바 있다) 도무지 이거를 새로 산 건지 아니면 그냥 아이폰7인지 구별이 안가서 지하철에서 아무리 흔들어 제껴도 저게 새로산 전화기구나 구별조차 할 수 없는 것을 그 돈 주고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아이폰8을 벗어나 맥프로와 아이맥, 맥os를 구경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그렇게 놀다보니 호랑이 행렬따위 흥미가 떨어져 그냥 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와버렸다. 뭐 호랑이 행렬 재밌었겠지.

장난감 자동차 해킹

Arduino 2017. 9. 28. 22:16 Posted by 리집

 아무리 생각해도 스위치를 박수로 제어하기에는 실내 소음을 아두이노가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고 적외선 센서로 하기에는 지금의 리모콘의 파장이 너무 짧은 듯하다. 차라리 기계적 요소를 써서 장난감 자동차로 스위치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 장난감 자동차를 해킹하여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방법은 이 영상을 참고로 하기로 했다만 이래저래 난관이 있었다. 우선 내가 산 칠천원짜리 자동차의 메인보드에는 그라운드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연결해야 제어가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이곳저곳 대어 보다가 신호가 닿는 부분들을 찾아내었다. 다음 영상과 같다.


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는 않지만 차체에서 불빛이 깜빡이는 순간들이 뒷바퀴의 회전 시그널에 연결된 때이다.


이제 각 부분들을 점퍼로 연장하여 아두이노로 연결한 후에 아두이노로 제어하면 미션은 끝나는 셈이었다.

예상외로 순조로운 전개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역시 하루가 지나자 마자 망했다.


맨 위의 설명영상에서 나오듯이 전원을 직접 연결하여 자동차 메인보드에 신호를 주는 것을 실험하려고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보드가 타버렸다. 외부 전원이 5V인 것을 본체 전원이 4.5V니까 똑같겠지 하고 그냥 연결한 것이다. 시그널로 몇 볼트가 필요한 것인지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연결했더니 타버린 듯하다. 위의 영상은 보드가 탄 후 전원이 들어오기만 하면 질주하려고 하는 자동차의 모습이다.


그래서 결국은 자동차를 해체하기로 했다. 비싸게 산 것도 아니니까 부품들만 활용하는 셈 쳐야 한다. 모터들과 본체를 7천원에 샀으면 뭐 그래도 잘 샀다 (사실 아니다). 라디오 컨트롤러까지 해킹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위의 영상은 자동차 내부의 모터를 빼낸 사진이다. 영상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고민을 해가며 두 시간 여를 보내고선 작업실에 올 때마다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던 담당자분께 실례를 무릅쓰고 여쭤보러 들어갔다. 어디서부터 질문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실험 배경부터 설명을 하려던 찰나에 갑자기 아누이노와 모터를 직접 연결하는 것이냐고 물어보셨다. 그러면 안된다고 한다. 원래부터 안되는 것을 가지고 두 시간을 보냈다니 조금은 허무하지만 그래도 답을 얻은 셈이다.

아두이노 모터드라이버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아두이노에는 모터 드라이버가 따로 존재한다. 위에꺼는 L298N 이라는 모델명의 부품인데 사실 아두이노 용은 아니고 라즈베리파이 등 더 큰 모터를 더 큰 제어장치에 연결할 때 쓰는 듯하다. 사진과는 달리 생각보다 커다래서 거의 아두이노만 하다. 이제까지 왜 그런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런갑다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아두이노에서 나오는 전류가 모터를 돌리기에 충분치 않기 때문이었다. 친절하게도 담당자님은 내가 했듯 직접 연결하려고 하면 아두이노가 망가질 것이라며 큰일날 뻔했다고 웃으며 말하셨다. 큰일나지 않은 척 웃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아있는 것 같다.


 현자타임이 찾아와 방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흘러보내다가 저녁이 되어 sham shui po로 드라이버를 사러 나갔다. 한화 6000원 정도 하는데 정말 이런 바가지가 없는 걸 알면서도 오프라인에서 사려면 어쩔 수 없다. 필요한 것들은 미리미리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 놔야겠다.


'Arduino' 카테고리의 다른 글

Yi Camera 개봉기  (0) 2017.10.05
clapper 만들기-toggle switch  (0) 2017.09.02